한여름의 사랑법_by 성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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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 사람을 단지 37도의 열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

신영복 선생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중 ‘여름 징역살이’의 일부이다. 이 글에서 선생은 감옥에서의 여름은 열기 때문에 자기 바로 옆 사람을 증오하게 한다고 말한다. 감옥이 아니니 증오까지는 아니더라도 열대야에는 한 이불을 덮고 자는 부부 사이도 열기 때문에 서로를 멀리하기 쉽다.

40대 중년 여성이 윤활제(러브젤)를 구입하기 위해 내원했다. 성관계 때 애액이 부족하여 통증이 생긴다는 것이다.

“남편이 애무를 잘 해주지 않나요?”

“전혀 안 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서는 전혀 하지 않아요.”

성관계 시 애액이 부족한 상태에서 남성이 삽입을 하면 여성은 상당한 고통을 느낀다. 그런데 이렇게 전희 불충분으로 애액이 부족하여 생긴 성교통을 윤활제만 믿고 삽입하다가는 오히려 성교통이 더 악화할 수 있다.

이 여성의 남편에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체질적으로 여름을 많이 타기 때문이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나 옷이 흠뻑 젖고, 또 몸에 열이 많아서 누가 옆에 있는 것도 싫어하고 만지는 것은 더욱 싫어한단다. 그러니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밤에 옆에서 같이 자는 것은 고사하고 혼자 자는 것도 힘들어한다고 한다.

이렇게 자신의 몸도 주체를 못하는 상태이니 어쩌다 하는 성생활도 즉석식품 먹는 것처럼 후다닥 해치우고 만다는 것이다.

추운 겨울은 껴안고 자기도 쉽고, 안아주고, 만져 주는 것이 아무래도 자연스럽다. 그 과정에서 성적흥분이 일어나고 성교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전희행위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더운 여름은 방해꾼이 많다. 더운 날씨 탓에 서로의 열기에 대한 거부감, 끈적끈적한 땀과 높은 습도로 인한 불쾌감, 여기에 몸에서 악취라도 난다면 전희행위는 거의 불가능하다.

남성의 성적반응이 백열등이라면 여성은 다리미와 같다.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는 남성에 비해 여성은 서서히 달아오르는 것이다. 전원을 꽂고 일정한 시간 가열한 후에 다리미를 쓸 수 있는 것처럼 여성의 몸도 충분한 전희행위를 한 후에야 뜨거운 사랑을 나눌 수 있다.

그런데 더운 날씨와 남성위주의 성관계 방식 때문에 전희행위를 빼 먹는다면 여성은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성이 힘들어하면 남성도 신경이 쓰이고 몰입할 수 없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서로에 대한 깊은 애정이나 성관계의 즐거움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럼 푹푹 찌는 여름에는 어떻게 사랑을 나누는 것이 좋을까? 꼭 침대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욕실을 적극 활용해 보자. 같이 샤워를 하거나 욕조에 들어가서 전희행위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또 서로 머리를 감겨주고 비누칠을 해 주고 씻어 준다면 반드시 섹스가 아니더라도 서로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비누거품을 일으켜 유방이나 몸 등 전신을 부드럽게 마사지 해준다면 아마 침대에서 느껴보지 못한 야릇한 성적흥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처럼 물장난도 치면서 서로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간다면 부부 사이가 좋아짐은 물론이고 그동안 쌓였던 갈등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운 여름에는 시원하게 사랑을 나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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