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겪은 최악의 이별._by 성지식

0 0 0

한 때 사랑했던 사이가 서로 갈려 떼어지는 것. 바로 이별의 순간이다. 아름다운 이별이라는 말이 있는데 사실 ‘이별’이라는 단어에 ‘아름다운’이라는 형용사를 붙이는 것은 어찌보면 모순이 아닐까싶다. 헤어질 수밖에 없거나 헤어져야 하는 타이밍이 닥쳤는데 어떻게 좋게 잘 이별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우리는 되도록 인간답게, 그리고 깔끔하게 그, 또는 그녀와 이별하기를 원한다.
but, 연애를 하는 통상적인 민간인들의 바람과는 다르게 정말 ‘내가 이 사람을 사랑했었나?’하며 내 자신에 대한 의구심마저 들게 하는 이별도 있다. 그럴 땐 기분 정말 삐리리다.

 

 

장난 치냐? 문자로 헤어지게?
                            15220027106195.jpg

언제나 당하는 사람을 정말 황당하게 만드는 문자로 헤어지기. 만남이 장난도 아니고 달랑 전자편지 한 장으로 그간의 관계가 청산 될 수 있단 말인가? 정녕?


좀 어이없지만 저는 그와 문자로 싸우고 있었어요. 그런데 감정이 점점 서로 격해졌고 문자하다가 전화하다가 하면서 대판 싸웠죠. 도저히 안됐던지 전화기를 대뜸 꺼버린 그.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런다고는 하지만 한참 화가 난 상태에서 갑자기 당하니 정말 머리꼭지가 돌아버릴 것 같더라고요.

너무 화가 나서 폭풍 문자를 날리고 있던 그 때 띠링 울리며 온 문자 한통. ‘미안하다. 헤어지자.’ 하, 지금 장난 치냐? 지금까지 쌓아왔던 우리의 추억이고 뭐고, 그냥 그 순간 다 때려 치워 버렸어요. 그 사람과 감정을 소모하며 싸웠던 순간이 허무해지는 순간. 휴...

실제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달랑 문자한 통으로 이별을 통보받거나 통보 한 적이 있다고 한다. 중학생들이 하는 어린연애도 아니고 다 큰 성인이면 개념이라는 것이 있을 텐데 왜들 그러는지 필자도 이해할 수 없다. 혹시, 오늘 그에게 문자로 이별을 통보하려고 했다면 절대로! 네버! 그러지 말자. 우리, 기본적인 예의는 지키면서 연애하고 헤어지잔 말이다.







기념일에 이별을 말했던 그.

  15220027124192.jpg

여기 또 기함을 토해낼 만한 개념 무 탑재 남자가 한 명 있다. 여자 인생에 최악의 기억을 안겨준 남자 이야기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황당했던 날이었어요. 대학교3학년 때 같은 동아리 선배와 사귀고 있었죠. 우리가 사귀는 건 학교 사람들이 다 알고 있던 상태였어요. 저는 그를 너무 좋아했고 그가 나보다는 조금 더 나를 좋아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어요.

그러다 3월 14일 화이트 데이. 그 선배에게 사탕 바구니를 받았죠. 공개적으로 준 건 아니지만 그래도 다들 알게 되잖아요. 그런데 왠지 그날따라 기분이 찝찝한 것이 이상하더라고요~ 아니나 다를까.

아직도 그 때를 생각하면 짜증섞인 눈물이 날 것 같은데 그가 준 사탕바구니 속 메모에는 이별의 내용이 적혀 있었어요. 사탕은 고마워서 주는 거라고... 그동안 자기를 너무 많이 사랑해 줘서 고맙다고 사실은 다른 어떤 여자한테 끌리고 있어서 도저히 자신의 감정을 숨길 수가 없다고 미안하다고.

뭐, 미안하다고? 사탕바구니 속에 이별의 편지라니, 끝까지 폼 잡고싶은 남자의 이기적인 마음에서 나온 행동 아닐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연이다. 가히 여자의 인생에서 최악의 이별로 남을 만 한 사건이다.

앞서도 말 했듯이 이별의 순간 정말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어느 누가 웃으면서 "안녕, 잘 지내, 너의 행복을 진심으로 빌어줄게" 하는 이런 분위기가 나오겠는가? 사탕바구니를 준 남자는 드라마에 나오는 파스텔 톤의 이별 분위기를 잡고 싶었겠지만 현실은 알다시피 매장감이다.






남들 다 보는데, 헤어진 게 자랑이니?

                     15220027148648.jpg

많은 사람들이 미니홈피를 이용하면서부터 "허세"라는 단어도 유행을 타고 "싸이글귀"라는 말도 생겨나게 되었다. 어느새 미니홈피는 진짜 자기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공간이 아닌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자신"을 만드는 공간이 되어버렸다.


그와 저는 캠퍼스 커플입니다. 같은 과 동기인데 입학하자마자 얼마 되지 않아서 바로 사귀었어요. 신입생 OT에서 많이 친해졌거든요. 그러다 서로가 좀 맞지 않는 것 같아 사귄지 얼마되지 않아 헤어졌죠.

그런데 저와 헤어지자마자 미니홈피에 제 사진들을 싹 지우고 대화명도 바꾸고 홈피는 무슨 상갓집 분위기 마냥 슬프고 우중충한 분위기로 바꾸어 놨더라고요. 곧 자살할 사람마냥 행동하니까 잘 해주는 애를 내가 그냥 뻥! 하고 차버린 것 같잖아요? 하루에도 같은 과 동기들과 선후배들이 몇 명씩 들락날락하는 미니홈피를 그딴 식으로 바꿔 놓으면 어떡하라고요? 진짜 짜증나요!

아마 위의 사연 읽고 찔리는 사람들 많을 것이다. 이처럼 요즘 대학생들이 인연을 빨리 만들고 빨리 헤어진다고 그러한 문화를 풍자한 말이 있다. ‘3월에 핀 꽃은 4월에 진다.’ 사실 좀 웃겨도 예사로 듣지 말자. 그리고 앞으로 대학을 갈 독자들은 더욱 명심하자.

3월에 입학하자마자 신세계에 입문해 마음이 덜렁덜렁거려 제대로 자기감정 파악하지도 않고 사람을 사귀지 말라. 필자도 많이 봤다. 3월에 피고 4월에 진 꽃들. 심지어 3월에 피고 3월에 바로 져버린 꽃들도 많으니 조심하도록 하자! 그리고 얼마 사귀지도 않고 헤어진 후 미니홈피에 티 좀 내지마라. 청승맞아 보인다.




[칼럼니스트 셀레네 ([email protected])]







,

성지식 Hot Issue

글이 없습니다.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