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생리 커플링’어떨까_by 성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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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몸이야기][경향신문 2004-06-21 16:46]

얼마전 딸아이가 생리를 시작했다. 딸의 생리를 기다리는 마음도 있었지만, 한편으로 좀 늦게 시작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 이유는 평생 정자를 생산해내는 남자와 달리 여자는 평생 쓸 난자를 가지고 태어나기 때문에 생리를 일찍 시작하면 완경이 빠르다는 것, 생리를 처리하는 일이 사실 늘 즐거운 일이 아니라는 것 때문에 아이가 좀더 성숙해서 자신의 생리를 잘 감당할 수 있을 때 했으면 했다.


그런데 기다리던 그날이 오고야 만 것이다. 평소 아이와 생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갑자기 시작될 생리에 대해 준비시켜 오긴 했지만 생리 첫날 당황하는 눈빛을 보니 ‘다시 시작해야 할 판’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자신의 문제가 되기 전에는 정확하게 알려고 하지 않는다는 진리를 실감하며….


생리를 시작한 딸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어야 하나? 많은 엄마들이 생리에 대해, 나아가 성에 대해 말하길 어려워 한다.(그 자신들도 그런 이야기를 그들의 엄마에게 들어보질 못했고, 성에 대한 이야기는 무조건 ‘하지 말아야 할 이야기’라는 학습 탓도 있다. 우리나라에선 여자가 자기 몸에 대해 모르는 것이 ‘순진한’ 미덕이지 무지가 아니었다.)


어쨌든 복잡한 감정을 감추며, 딸아이와 슈퍼마켓에 가서 생리대를 사왔다. 그러면서 오가는 길에 생리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했다.


‘생리’ 시작은 생물학적으로 아기를 낳을 수 있는 성숙한 여자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또 섹스라는 성행위를 할 수 있는 나이로 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에 대한 성교육의 문제 중 하나는 섹스 전(배란, 몽정 등)과 섹스 후(수정, 임신 등)는 가르치면서 정작 과정인 그 섹스라는 게 무엇인지, 어떻게 일어나는지에 대한 교육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전혀 준비 못하고 섹스를 당할(?) 때가 많다. 섹스라는 것이 생명과 깊이 관련된 것이고, 일정한 나이가 될 때까지는 보류해야 하는 성건강학적, 사회적인 정보와 태도에 대한 가치관 교육이 따라야 제대로 된 성교육이라 할 것이다.


딸아이와 생리대 사용법을 복습하고, 평소 성건강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앞으로 더 어른이 되면 하게 될 섹스(그러나 당하지는 않아야 할)가 무엇인지에 대해, 또 이제 어린이가 아니라 성숙해 가는 여자로서 딸이 가진 꿈과 그것을 이루는 방법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인국에 입성한 것을 환영’하는 뜻으로 엄마와 딸은 커플링을 맞춰 끼는 것으로 의미깊은 그날의 이벤트를 마무리했다. www.baejw.com


〈배정원·성상담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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