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의 상자.. 연인의 과거_by 성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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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신화 중에 판도라의 상자라는 이야기가 있다.
제우스는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 준 프로메테우스가 미워서 그 동생인 에피메테우스에게 판도라라는 미녀를 선물한다. 절대 열어보지 말라는 당부를 담은 상자와 함께...

그런데 여자가 누구인가?
그리스 신화뿐 아니라 성경 속의 최초의 여자 하와를 포함해서 호기심이 무척 많은 존재가 아닌가? 당연히 우리의 판도라는 그 상자를 열어 보았고 그 상자 속에서는 지금 우리 인간들이 겪는  가난과 질병, 전쟁과 슬픔, 증오와 시기 등의 모든 고통이 쏟아져 나왔다. 이에 놀란 판도라는 상자를 곧 닫았으나 그 상자 안에는 희망이 미처 못 도망가고 남아 있었다. 결국 인간의 고통을 좀 덜어주기 위해 희망마저도 세상으로 날려 보냈다는 신화이고 그 희망 덕분에 힘들어도 살아갈 힘을 얻는다는 이야기이다.

열어보지 말아야 할, 혹은 알지 말아야 할 것들을 알게 되었을 때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고통받게 되었을 때 판도라의 상자라고도 한다.

우리가 하는 사랑의 여러 모습 중에도 판도라의 상자가 있다.
바로 연인의 과거를 아는 것이다.

얼마전 결혼한지 얼마안되는 신랑에게서 상담전화를 받았다. 신혼의 달콤함을 즐겨야 할 그는 너무도 고통스러워 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첫날밤 첫 섹스를 하고 난 신부가 그만 자신의 과거(?)를 고해성사하듯 털어놓은 데 있었다. 신부는 신랑이 묻지도 않았는데 자신의 첫경험과 몇 번의 경험이 있었는지까지 아주 소상하게 털어놓았다는 것이다.

그날이후 신랑은 고통스러운 상상과 신부에 대한 배신감에 괴로워하고 있었다.
너무나 아름다운 사랑을 나눠왔던 신부가 미워지고 바보같이 느껴지고 자꾸 그녀가 가졌던 섹스가 상상되어 미치겠다고 하소연해 왔다.
자기는 다 이해할 거라고 생각해 왔는데 막상 자기일이 되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신부가 잠자리에서 자신을 만져오면 화가 나고, 신부를 안기도 싫어진다는 것이었다. ‘도로 무를까?’하는 생각까지 해보았다는 그 신랑이 참 딱했다.

실연이나 사랑의 어떤 상처도 그저 상처만이 아니라 잘 극복했다면 그사람을 더 성숙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런 모습이 지금까지 두사람이 나누어 온 사랑의 모습을  더 현명하게 아름답게 하지 않았을까 하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과거의 문제에 매이는 게 아닌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생각하고 결정하라고 이야기 하면서 어떻게 하는 것이 어른다운 사랑이겠는가를 물어보았다. 그 신랑은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었지만 머리와 마음이 늘 같이 가기는 실로 어려운 일이다.

1시간여 울분을 터뜨리기도 하고, 괴로워하던 신랑은 다시 어른스럽게 잘 해보겠노라며 전화를 다소 밝아진 목소리로 끊었다. 그를 격려하면서 전화를 끊었지만 마음은 편치 않았다. 앞으로 그 어린 부부가 겪어야 할 마음의 고통이 만만치 않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쩌자고 그 신부는 그 일을 고백했을까? 진정한 사랑은 솔직한 것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섣부른 과거의 섹스가 남편에게 미안하고 죄스러웠을 것이다.
아마도 그 신부는 그 일로 많은 심적 고통을 겪었을 것이고, 드디어 결혼하고 첫날밤을 안전하게 보내고 나자 ‘다 털어놓고 사면받고 싶어’졌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깊이 이해받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녀는 정말 심각한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그녀는 다소라도 홀가분해졌는지 모르겠지만(결코 그럴 수도 없을 것이지만)그 짐은 이제 그녀의 연인에게로 넘어왔다.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아야 하는 것이 사랑일까? 자신의 모든 실수를 털어놓는 것이, 그래서 용서받아야만 진실한 사랑이 가능할까?
때로 우리들은 ‘정직’과 ‘지나친 드러냄’을 착각할 때가 많다.
그래서 솔직한 것이 진실이라고 우기기도 한다.


그러나 마음속에 간직해야 할 비밀스런 것도 있는 법이다. 그것은 상대를 속이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자신의 문제를 자신이 온전히 감당한다는 의미이다. 누군가의 경험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사면받아야 할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인생에 있어 온전히 자신의 몫이고 책임이다.

섣부름으로 인한 자신의 상처가 내게 진주가 될 것인지 아니면 흉터가 될 것인지는 자신이 어떤 태도로 그 책임을 감당하고 승화시키느냐에 달렸다.

세상의 신랑 신부들이여.. 제발 첫날밤에 판도라의 상자를 열지 말자.
그보다는 지금 이 자리에서 어떻게 더 열심히, 그리고 어른다운 성숙한 모습으로 풍요로운 사랑을 할 것인가 머리를 모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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