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night stand의 환상_by 성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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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화제를 모으며 상영된 호주 영화 ‘Better than sex"가 있다.
파티에서 우연히 만나 인사를 하게 된 남녀가 귀가길 택시를 같이 타게 된다. 남자는 일이 끝나 삼 일 후 영국으로 돌아갈 사진작가였고, 여자는 호주에 사는 매력있는 아가씨였다. 이들이 택시에서 집으로 가며 ‘One night stand’를 결정하기까지 머릿속에서 혼자 주고받는 말들이 흥미로왔다.
‘이 남자 멋있는데..?’‘이 여자 끌리는데..’
‘하루 같이 자자고 할까?’‘이 여자도 원할거야..’
이런 이야기를 서로 주고 받듯이 머릿속에서 나누고, 남자와 여자는 길어야 삼일 이어질 관계라는 데 서로 안도하며 ‘One night stand’를 결정한다.
그리고 삼 일 동안 엎치락뒤치락 감정의 동요를 겪으면서 단순한 감각만을 위한 섹스를 목적으로 만난 그 두 남녀는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발전해 간다는 이야기였는데, 섹스가 친밀감을 고양시킨다는 면에서 있을만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두 사람은 운이 아주 좋았다.
‘One night stand’...
처음 만난 모르는 사람과 자는 것, 그리고 부담없이 헤어지는 것을 ‘One night stand’라고 한다.
요즘 우리나라에도 적지 않다고 하나, 실제로 만나본 이들 중에선 찾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섹스를 목적으로 하는 일회성 만남인 매춘도 결국 ‘One night stand’이다.
‘One night stand’라고 하면 일면 낭만적으로 보이나, 사실 그 내용으로 보면 극히 주의해야 하는 하룻밤이다.
위 영화에서 두 사람은 너무나 건강하고 건전한 생각의 소유자이며 하자가 없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두사람 다 너무나 운이 좋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세상을 살다보면 너무나 많은 유형의 사람들이 있다는 걸 발견하고 놀라게 된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을 위해 꼭 엄정한 법이 있어야 할 것 같은 사람 등..
매력있는 외모에 끌려, 혹은 잠시의 외면적인 매너에 끌려 섹스를 결정했는데, 그 상대가 뜻밖에 두 얼굴의 소유자라면 어쩔 것인가?
그래서 섹스를 시작하며 나를 난타하기 시작하거나, 괴롭힘으로서 흥분하고 만족하는 사람이라면 어쩔 것인가? 또 반대로 자신에게 침을 뱉거나 때려달라고 징징댄다면?
혹은 성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서 내게 성병을 옮겨준다면?
그게 아니라도 나는 단순하고 깔끔한 ‘One night stand’를 의도했건만 그는 나를 본격적으로 좋아하기 시작해서 마음에도 없는 구애를 받게 된다면..
그것도 그 사람이 아주 의지의 한국인이라서 ‘열 번 찍어서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신화를 신봉하고 있기라도 하다면 정말 모골이 송연해 질 지경이다. 또 쿨하게 끝낼 수 없다며 울며 매달리기라도 한다면...?
<한 친구가 외국에 어학연수를 갔었다.
시한은 정해져 있는데, 그렇게 교육 일정이 빡빡하지 않은 어학연수이고, 목적의 반은 여행이라 마음은 자꾸 낭만적이 되어가더라는 것이다. 게다가 지나가는 외국의 남자들은 어찌나 수려한 외모를 가졌는지...
그 깊고 내성적으로 보이는 푸른 눈하며, 몸에 달라붙는 쫄티와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멋진 몸매까지..
그 친구는 내심 깊은 관계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love affair"한번 만들어 볼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멋진 이탈리아 남자를 카페에서 만나 호텔로 동행하게 되었는데, 가는 택시 안에서 갑자기 겁이 덜컥 나더라는 것이다.
‘이 사람이 침대에서 어떤 사람일까?’하는 생각이 들면서 갖가지 상상이 들어-예를 들면 허리띠로 자신을 때린다거나 샤론 스톤이 나온 ‘원초적 본능’에서처럼 송곳같은 흉기를 가지고 섹스하고자 한다면?- ‘갑자기 생리가 시작되었다’는 핑계를 대고 허둥지둥 내려버렸다는 것이다.
동양여자와의 멋진 섹스를 기대하며 황당했을 그 남자를 생각하면 안된 일이지만, 나는 너무도 잘했다며 마구 칭찬해주었다.>
정말 그런 일이 없을 거란 보장도 없지만, 어쨌든 섹스는 생명과 관련된 일이기 때문에 섣불리 충동적으로 처음만난 사람과 섹스를 결정하는 것은 너무도 무모한 일이다.

섹스에는 육체의 즐거운 감각과 마음의 위안 이라는 미덕이 있다.
섹스는 이렇게 몸과 마음이 함께 가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가 어떤 성행동을 하고 정말 건강한 사람인지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 생긴 후 결정해야 한다.(또 그렇더라도 반드시 콘돔 등의 기구를 정확하게 사용하여야 나와 파트너를 위해 준비된 섹스라 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기본이 되어야 할 것은 서로에 대한 배려를 할 수 있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어떤 사람에게 우리는 배려를 하게 될 것인가?
그것은 조금이라도 친밀감이 생기는 사람, 혹은 사랑이라는 끌림의 마음이 있는 사람에게일 것이다.
‘One night stand’는 환상이다. 운이 좋아 그 환상이 요행히 맞아 떨어진다면 모르겠으나, 그것은 하늘을 나는 새의 똥을 머리에 맞는 일만큼이나 확률이 적은 일이다.
함께 마음과 몸을 나누기로 결정한 사람이 있는 사람이든 혹은 없는 사람이든 목숨을 걸고 감각만 즐기겠다면 ‘One night stand’를 시도하라.
하지만 적어도 인간적인 기품을 가진 섹스를 하고 싶다면 충분히 사랑하는 사람과 섹스하길 바란다.
배 정 원(경향신문 성문화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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