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_by 성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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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좋은 사람들을 참 많이 만난다. 뒤늦게 인복이 터진 느낌이라고 할까?

언젠가 깊은 슬럼프에 빠졌을 때 어떤 분이 내게 이런 말을 해주었다.

“세상에는 슬픔이 더 많은 것 같지만 사실은 곳곳에 행운의 모자가 숨겨져 있다. 그러므로 그 숨겨진 행운의 모자를 찾아 보라”고.

이 말은 그 어려운 시기에 내게 참으로 큰 위안과 격려가 됐다. 그래서 나는 그때부터 열심히 나의 행운의 모자를 찾기 시작했는데 정말 그분의 말대로 세상 곳곳에, 아니 그렇게 멀지도 않은 곳에 나를 위해 준비된 행운의 모자가 너무나 많았다. 그리고 그 행운의 모자는 대부분 선의를 가지고 이 세상을 나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었고, 지금 내 옆에 있는 좋은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그 좋은 사람들 중에는 마음이 유난히 따뜻한 사람, 세상을 보는 마음의 눈이 참 맑은 사람, 정신이 성숙해서 그 언저리에만 있어도 나까지 그 영향을 받아 더불어 성장하는 느낌을 주는 사람, 늘 자신이 가진 무언가를 나누고 싶어하는 사람, 말하지 않아도 어려운 일이 있지 않나 걱정해 주는 사람, 어려움에 빠졌을 때 청하지 않아도 친절한 말 한마디로 격려가 돼주는 사람이 있다.

사람이 주는 위안은 새옹지마인 이 세상을 살 때 그 무엇보다 강력한 에너지가 되어 주는 것 같다. 세상살이가 아무리 각박해도 이런 선의를 가진 사람들 덕분에 그래도 세상은 정말 살 만한 곳이라 느긋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그런데 이런 좋은 사람들도 처음에는 그저 낯설었고 친하지 않았을 때는 처음 봤던 내 느낌만으로 그 사람을 생각해 오랫동안 그의 선의를 제대로 받지도 못할 뿐 아니라 때로는 엉뚱한 오해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우리가 사물이나 사람에 가지는 선입견은 참으로 주관적이어서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나만의 느낌을 어떻게 가졌는가에 따라 금방 그것을 받아들이기도 하고 오랫동안 이유 없이 거부하기도 한다. 마음이 이런 것처럼 우리의 몸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몸도 처음의 느낌을 꽤 오래 기억한다. 처음 손을 잡았을 때나 첫 키스, 첫 포옹, 그리고 처음 성관계까지 모든 스킨십이 그렇다. 처음의 그것이 좋은 기억이었다면 그후로도 계속 좋은 느낌을 갖게 되고 그것이 좋지 않은 찜찜한 것이었다면 몸은 거부한다.

한용운 시인은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이라고 노래했지만, 첫 키스가 어땠느냐에 따라 키스하기를 좋아하거나 싫어하게 된다. 간단한 입맞춤이 아니라 깊고 진한 첫 키스는 처음 갖는 성관계만큼이나 우리에게 각별한 기대를 하게 하고 강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 첫 키스의 기억이 좋지 않았던(강제로 당했거나 원하지 않은 상황에서 첫 키스를 했던) 여성은 사랑하는 이와의 키스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자신이 원하게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때로 그런 전환은 불가능할 수도 있다.

몸의 기억은 마음의 기억보다 훨씬 본능적인 것 같아서 나쁜 감각이었다면 무의식적으로 방어하는 몸짓을 보이게 되고 그런 몸짓에 자신도 모르게 익숙해지기 때문이다.

처음 갖는 성관계도 마찬가지다. 처음 갖는 성관계의 느낌이 나쁘면 아주 오랫동안 섹스가 주는 치유효과나 위안은커녕 어떻게 하면 그런 곤란한 상황(?)에 빠지지 않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그래서 불감증이나 질경련같은 섹스를 두려워하는 성기능장애 환자들이 되기도 한다(그 외에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사랑은 배려와 동일어라고 나는 늘 말한다. 그리고 그 사람에 대한 존중감(Respect)이 기본이 되지 않으면 진정한 사랑이라고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사랑하는 마음이 깃들이지 않은 섹스를 하는 사람에겐 더 말할 것도 없지만 정말 사랑하기 때문에 섹스한다면 그 사람에 대한 그리고 나에 대한 예의를 갖추고, 존중하는 행동이어야 하지 않을까?

처음 갖는 성관계가 늘 완벽하게 준비될 수는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원하는 사람들이 갖는 처음 성관계는 정말 사랑하는 마음이 기본이 되고, 그리고 그 사람을 위해 최대한으로 배려된 공간과 환경이었으면 한다. 어떤 부정적인 두려움도 없이 사랑하는 마음으로 섹스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 말이다. 누구에게 들킨다거나, 그 장소가 지저분하고 더럽다거나 시끄러워서 불안한 마음이 된다거나, 준비되지 않은 피임 때문에 임신이 염려가 된다거나, 성병이 걱정되는 그런 것이 아니라 온전히 사랑하는 마음의 절절한 표현으로서 아름답게 섹스할 수 있는 곳이었으면 한다. 돌발적으로 취기 끝에 우연히 찾은 노래방이나 비디오방 같은 곳이 아니라 서로의 성건강을 위해 몸을 씻을 수 있고, 사랑하는 이와 긴장없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그런 곳, 더 바란다면 조금이라도 그를 배려한 낭만적인 요소가 있는 그런 곳이라면 좋을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한가지는 한쪽의 요구만이 아니라 두 사람이 기꺼이 합의한(성관계에 대한 진지한 생각 후에) 것이어야 하며 아울러 정말 상대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과 몸짓이 따라야 할 것이다.

성은 내가 가진 문화의 표현이며 상대는 무엇보다 내가 사랑하고 더없이 존중하는 연인이니 말이다.

인터넷 경향신문 미디어칸 성문화센터 소장

여성신문 제7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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