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모습 그대로 아름다운 존재_by 성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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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원이 말하는 열린 성⑤] 그 모습 그대로 아름다운 존재

어떤 시대와 사회도 성에 대한 이중기준이 존재한다.

성 의식이 많이 개방됐고,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공평한 성의 자유가 실현돼야 한다고 부르짖는(?) 서구조차 아직도 여성과 남성이 가진 성에 대한 생각은 많이 다른 것 같다. 그러니 아직도 호주제며 여성이 참여하지 못하는 유교적인 행사가 가족의 문화로 자리잡고 있는 우리나라는 더 말할 것도 없다고 체념하면 그만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남성과 여성은 어차피 서로 반목하며 살 수 없는 존재다.

두 성의 생활양식이며 사고가 조화될수록 우리는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호주에 갔을 때 지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이다.

아름다운 해변을 많이 가진 호주에는 누드로 멋진 풍광과 하나가 되고 싶은 자유로운 사람들을 위한 누드비치가 몇 곳 있다.

생각하면 얼마나 멋진 일인가. 거추장스러운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몸으로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즐길 수 있다면 태고적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아질 것만 같다. 그래서 사람들은 누드비치를 찾는 거겠지.

호주에 어학연수를 온 한국여학생 둘이 누드비치를 찾았다. 그리고 누드로 자유로움을 만끽하고 있었는데(물론 두 눈엔 선글라스를 끼고서) 공교롭게도 그곳에 한국남학생이 와 있었다. 그 여학생들이 동포임을 눈치챈 남학생은 여학생들에게 다가가 “혹시 한국사람 아니냐”고 물어보았다. 그 여학생들이 “네, 맞아요. 우리 한국사람이에요. 반가워요” 했을까. No. 당신의 생각대로 대답은 역시 “우린 일본사람이에요. 잘못 보셨어요”였다.

서투른 영어로 한국 남학생을 돌려보내고선 두 여학생은 자리에 주저앉다 그만 실소를 금치 못했는데... 그들이 깔고 앉아 있는 비치타월엔 글자도 선명하게 ‘송월타올’이라고 씌어 있었던 것이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누드비치에선 누드가 자연스럽고 그 남학생도 누드였을 것이다. 자신도 누드였을 남학생이 왜 여학생들을 찾아와 국적을 확인하고 싶었을까. 그건 아마도 ‘한국여자가 감히...’라는 감정이 아니었을지. 그것은 바로 여성을 성의 대상, 소유의 개념으로 생각하는 일반적인 한국남성들의 성 의식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 난 생각한다. 또 한국사회의 이중적인 성 의식을 보여주기 위해 내가 즐겨 드는 예가 있다.

한 남학생이 있다. 그런데 그 남학생은 애인이 자주 바뀐다. 그리고 그 애인들과 모두 섹스를 했다고 한다. 그 남학생은 친구들 사이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까. 아마 무척 능력 있는 친구로 부러움을 독차지할 것만 같다. 그런데 상황을 여학생으로 바꾸어 보면. 그 여학생은 친구들 사이에서 능력 있다는 평가를 받을까. 대답은 여지없이 ‘걸레’ ‘헤픈 여자’로 돌아온다. 주변에 친구들은커녕 그녀와 친하다고 여겨질까봐 다들 손사레를 칠지도 모른다. 왜 똑같은 상황인데 여성과 남성에 대한 생각은 이렇게 다를까.

그것은 한국사회가 남성의 성에 대해서는 유독 관대하고 능력이라고 봐주는 반면에 여성의 성을 부정적이고 깨지면 안되는, 남자를 위한 소유의 개념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 문제는 많은 여성들이 자신들의 성을 그런 남성화된 시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 트랜스젠더인 하리수씨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개인적으로 걱정스럽다. 그녀의 상품화는 이미 다 알려진 바이고 그것은 본인이 현명하게 해결해 갈 문제이다. 정작 내가 걱정되는 것은 그녀가 보여주는 왜곡된 여성의 모습, 이미지이다. 하리수씨가 보여주는 여성은 남성의 시각으로 본 이상화된 여성이며, 자연스런 여성의 모습이 아니다. 나긋나긋한 말씨, 섹시한 걸음걸이, 뇌쇄적인 눈빛을 볼 때마다 마음이 불편해진다. 그녀가 보여주는 여성성(?)을 따라가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자연스러운 성의 모습을 포기할지...

우리가 가진 여성성은 남성들에게 보여지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들을 위해 준비된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들의 자연스럽고 자유로운 삶을 위한 것이다. 우리는 대상이 아니라 그 모습 그대로 아름다운 존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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