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몸이 하는 말]상식을 상실한 영화속 性_by 성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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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04-05-24 16:30]

요즘 우리 영화가 아주 잘 만들어진다. 재미가 있을 뿐 아니라, 연기자들의 신들린 듯한 연기나 그 종합적인 완성도에도 아주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그런데 이렇게 잘 만들어지는 우리 영화를 보고나면 왠지 마음이 불안해지고 걱정이 된다.

영화 속에 너무나 직설적으로, 그러면서도 가볍게 묘사되고 있는 폭력적이고 왜곡된 성 표현들 때문이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고, 이렇게 왜곡된 성을 자꾸 접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잘못된 성의식을 가지게 된다.


성에 대해 교육하고, 상담하고, 공부하는 사람이라서 영화를 보아도 성적인 표현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는지 모르지만, 어쨌든 요즘 유독 우리 영화 속에 표현되는 성행동은 전혀 ‘상식적’이 아니다. 여기서 ‘상식적’이라 함은 그저 객관적인 척도를 말함이 아니라 ‘인간적인 품위를 지니기 위해 가져야 할 기준’을 말한다.


흥행에 성공한 ‘바람난 가족’이 그랬고, ‘올드보이’가 그랬고, ‘실미도’가 그랬다. 이 영화들에서 보여지는 성은 그야말로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성’일 뿐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그 사랑의 지극한 표현으로써 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영화의 구성상 꼭 필요한 장면이었을는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우리 영화는 늘 누군가를 강간하고, 또 누군가를 성적으로 모욕한다.


‘바람난 가족’에서는 성인여성이 청소년과 섹스를 하고(둘이 동의했다 하더라도 과연 이것이 진정한 섹스일까? 어린 남학생에 대한 성인여성의 성적 폭력이 아닐까?), ‘실미도’에서는 훈련의 비인간성을 비난하며, 오직 성욕의 해결방법으로 민간인 여성을 강간한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많은 관심을 모았고 수상까지 한 ‘올드보이’는 ‘누이와 남동생의 근친상간적인 성행위’에다 ‘결국 부녀 사이로 밝혀지는 남성과 여성의 섹스’까지 묘사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상대남성을 굴복시키기 위해, 혹은 모욕하기 위한 방법으로 그가 사랑하는 여성을 매달아 놓고 옷을 찢어가며 성추행하는 폭력적인 장면을 선택했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하면 할 말이 없다. 그러한 성적인 모티브들이 영화를 더 극적으로 이끌기 위한 장치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영화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잘못된, 폭력적인 성의식을 갖게 된다면 그것은 분명 경계해야 할 일이다. 또 남자감독과 여자감독이 섹스를 표현하는 방법이 다르다는 차이를 이해한다면 이 영화들을 보면서 여성들이 느끼는 ‘참을 수 없는 씁쓸함’에 대한 이해도 가능할 것이다.


물론 영화가 모든 것을 시시콜콜하게 설명하고 설득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말 필요한 장면이 아니라면 지나치게 폭력적인 성을 묘사하지 않았으면 한다. 궁극적으로는 사람들 사이의 성이 사람을 상하게 하기 보단 인생을 좀더 밝고 아름답게, 행복하게 느끼게 하는 성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배정원/행복한 성문화센터(www.baejw.com)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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