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는 과연 ‘섹스철학자’였나?  

0 0 0
노자는 과연 ‘섹스철학자’였나?              이미지 #1
 
 영화 [공자-춘추전국시대]
 

노자는 과연 ‘섹스철학자’였나? 노자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이뭐병 같은 소린가 싶겠지만, 이 ‘색정노자설'을 아주 진지하게 설파하는 사람이 있다.(다들 예상했겠지만, 일본인이다.)
 
노자는 과연 ‘섹스철학자’였나?              이미지 #2

치가 가즈키, <노자의 변명>

바로 일본의 ‘치가 가즈키’라는 작가다. 이 양반이 ‘노자의 변명-도덕경에 숨겨진 성의 암호코드-(2011, 말글빛냄)’라는 책을 썼는데 그 내용이 심히 야리꾸리하다. 부제만 봐도 알겠지만 이 책은 노자 도덕경의 진정한 가르침은 우리가 고등학교 윤리시간에 배웠던 ‘무위자연' 따위가 아니라 ‘섹스가 짜응, 섹스로 대동단결해욤'이라는 무지막지한 주장을 하고 있다. 세상에… 우리는 윤리공부에 몰두할 기회를 놓친 것이다.

여하튼, 노자에 대해 잊고 지낸 당신(다 윤리쌤 탓이다)을 위해 간단한 소개를 덧붙인다. 노자는 기술문명에의 경계와 자연 상태로의 회귀를 주장한 고대 중국의 철학자이다. 동북아 사상사에 있어 유교의 공자와 함께 2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노자의 사상계를 ‘노장, 혹은 도가’라 칭한다. 

노자사상의 핵심은 ‘무위자연’인데 이는 간단히 ‘억지로 함이 없는 자연 그대로 상태에의 지향'이라고 풀 수 있다.(이 대목에서 왜 나는 여성상위를 떠올리는 걸까.) 동양사상이 대개 그렇지만 노자 도덕경 또한 해석의 여지가 다분하다. 노자의 무위 사상은 처세부터 경영철학, 자기계발, 신비명상 등 여러 방면으로 소급되며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정치사상서로도 읽힌다. 

자, 그리고 여기 가즈키 상은 섹스로 읽으신다. 정확히 말하면 이 사람 고유의 이론은 아니고 어느 중국할배한테 들은 얘기란다. ‘노자의 변명'은 여행수기와 같은 형식으로 쓰였다. 전체맥락은 한 일본인이 중국 오지의 어느 소수민족 마을에서 겪은 ‘섹스 파라다이스 체험담'쯤 된다.

마을의 촌장 격 되는 쥔공 할배는 노자 도덕경의 ‘봉인된' 사본을 가문 대대로 물려받아 지켜온 일종의 시크릿 가디언인데, 인류가 노자 도덕경의 색스런 진실을 감당할 준비가 될 때까지 비사본을 수호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하지만 어쩐 일인지 가즈키 상에게는 너무나 쉽게 털어놓는다.)
가즈키 상이 이 할배에게 배워 온 노자 도덕경 해석은 너무나도 뭉클한 구절이 많지만 본 지문에서는 하나만 소개하겠다. 해석법은 간단하다. 노자 도덕경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도'와 ‘덕'에 ‘자지'와 ‘보지’를 대입하면 끝. 

먼저 아래, 도덕경 일부구절에 대한 종래의 해석을 보자.

큰 덕의 형태는 오직 도만을 따른다.
도라는 것은 있는 듯 없는 듯 황홀하다.
황홀하지만 그 안에 형상이 있고
황홀하지만 그 안에 실물이 있다.

이걸 변태할배 식으로 해석하면,

보지 구멍의 그릇은 자지 넣는 법에 따라 달라진다.
자지를 넣으면 황홀해지며 모든 것을 맡기게 된다.
사정을 하면 그저 황홀해 그것을 받아들인다.
황홀경을 느낄 때만이 깊고 신비한 구멍에 정액이 방출되는 것이다.

뭐 이런 식이다.(믿거나 해보거나)

하지만 사실 이 책의 핵심은 이런 아랫도리식 해석에 대한 부분이 아니다. 그보다 가즈키 상이 머물렀던 마을은 이런 식의 가르침을 온몸으로 실천하는 ‘궁극의 엑스터시 촌’이었던 것이다! 두둥!(뜬금없지만, 이 책은 소설이 아니다.)

이 마을 주민들은 프리섹스와 스와핑(결혼개념 자체가 느슨하다.), 야외섹스, 산림욕섹스 등을 생활의 기조로 삼아 진정한 성의 엑스터시를 구현하며 살아간다. 심지어 파릇상콤이들이 대낮에 나체상태로 요가를 즐기기도 한다. 다만 이상한 건 가즈키 상은 보고 감탄만 할 뿐 직접 그 현장에 뛰어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하지만 그게 그의 취향이라면, 존중해야겠죠.) 

이쯤 되면 이 글의 진정한 의도를 눈치 챈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간단히 말하겠다. 책에 나온 정보로는 이 엑스터시 촌은 중국 운남성 남단의 산맥 지역에 거주하는 20여개 소수민족마을 중 한 곳이며 비포장도로를 4-5시간, 다시 도보로 5-6시간 이상 들어가야 만날 수 있을 만큼 깊은 오지에 있다. 주민들은 원시림이 그대로 보존된 환경에서 자급자족으로 생활하며 성욕이 과다 충족되어서 그런지 매우 소박하고 선량하다고 한다. 책에는 이 정도 정보 뿐 마을이름도 제대로 나와 있지 않다.

여러분, 일단 돈을 모으고 여권을 준비하라. 여행경로는 먼저 일본으로 넘어가 가즈키 상을 만나 세세한 정보를 얻고(혹시 모르니 고문도구를 챙기자.) 중국 운남성 쪽으로 넘어가는 코스다. 물론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도전해 볼만한 모험 아닌가?

당신도 나처럼 ‘노자가 정말 섹스철학자였는지’ 미치도록 궁금하지 않으냔 말이다. 

끝.

추신> 꽤 아름다운 정보를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쩐 일인지 이 ‘노자의 변명'은 더럽게 재미가 없다. 책제목도 참 안 팔리게끔 만들어 놨다. ‘노자는 섹스를 좋아해'같은 제목이었으면 판매율이 훨씬 좋았을 텐데. 여하튼, 내용이 궁금한 사람은 부디 사지 말고 빌려서 보도록. 필자는 분명 사. 지. 말. 라. 고 했다.

성지식 Hot Issue

글이 없습니다.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