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외도_by 성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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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만약 당신의 아내가 외도를 하고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보기 ①당장 이혼한다

      ②설득해 마음을 돌려 놓는다

생뚱맞은 질문과 보기에 당황하셨는가.

아마도 내 아내는 절대 그럴 리 없기에 아예 생각해볼 필요가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꽤 비관적이다.

보기 중 ①과 ②에서 골라야 할 수도 있다.

1996년에 드라마 ‘애인’의 신드롬이 몰아친 적이 있다.

그때는 내용 자체가 큰 충격으로 다가 왔지만, 이제는 ‘애인’이 ‘보통 생활’이 돼버렸다.

 

실제 조사결과도 그렇다. 최근 포털사이트 다음의 미즈넷에서 24~35세 네티즌 기혼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남편 이외에 사귀는 애인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중 무려 43.3%가 ‘있다’고 답했다.

 

이런 조사결과는 더 있다. 성균관대 가정관리학과 양다진씨가 ‘기혼 남녀의 혼외관계에 관한 연구’란 석사학위 논문을 쓰기 위해 서울·경기에 거주하는 여성 196명을 대상으로 혼외관계 여부에 대해 조사해 보니 40.3%의 유부녀가 과거나 현재에 혼외관계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즈넷과 비슷한 수치가 나온 것이다. 조사의 신뢰성에 의문은 있지만 2001년에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한국 여성의 41%가 혼외경험이 있는 것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현재 연하의 애인을 사귀고 있는 결혼 15년차 김모씨(42)는 “주변에 나처럼 외간남자를 만나는 유부녀가 많다”고 전했다. 과거에는 계모임에서 외간남자와 사귄다면 ‘미친X’으로 취급받았지만, 현재는 애인이 없으면 능력없는 여자로 취급당할 정도라고 한다.

 

논문을 위해 직접 수백명의 유부녀를 만난 양다진씨는 “여성들이 혼외관계가 있음을 설문지에 써넣으면서 그다지 죄의식을 느끼지 않고 당당했다”고 소개했다. 미혼인 양씨는 “그런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면서 “주변에서 외도를 흔히 볼 수 있어서 그런 것 같다”고 해석했다.

 

상당히 많은 유부녀가 외도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제 드라마 ‘애인’을 훨씬 뛰어넘는 수위의 외도가 대한민국에서 실제상황으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외도하는 유부녀가 늘어난 가장 큰 원인은 결혼관의 변화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조경애 상담위원은 “결혼관이 달라지면서 결혼의 영속성을 믿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즉 현재의 남편과 언제든지 이혼할 수도, 그리고 다른 남성과 재혼할 수도, 혼자 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는 얘기다.

 

박소현 상담위원은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늘면서 애정에 대한 의식이 과거보다 자유로워졌다”면서 “이제 애정을 남편하고만 주고받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제 더이상 유부녀들이 ‘정조’라는 구속의 틀안에 갇혀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애인’ 이후 드라마나 영화에서 봇물처럼 등장한 ‘아내의 외도’도 일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외도라는 ‘금기사항’이 아름답게 미화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이 인터넷의 발달이다. 외도는 인터넷만 깔리면 집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게 됐다.

 

인터넷 채팅을 통한 외도는 직접 얼굴을 보지 않아 죄책감이 전혀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동창 사이트를 통해 동창들과 만나면 급속도로 혼외관계가 진행된다. 조경애위원은 “모 동창 사이트가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면서 “이로 인해 아내가 가출했다는 상담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조위원은 “초등학교 동창들은 10년이 넘게 못 본 사이지만 쉽게 친해진다”면서 “남편보다 먼저 만났다는 생각에 전혀 죄의식이 안 생겨 관계가 깊어지기 쉽다”고 설명한다.

 

아내들이 외도를 하는 이유는 역시 가정 불화다. 남편의 폭행·외도나 불화 등에 대한 반작용으로 외도를 하기도 하며 남편과 성생활이 불만족스러울 때도 그 해결책으로 외도를 고려한다.

 

삼성서울병원 윤세창교수(정신과)는 “남편들은 일에 빠져 있고, 남편의 심리적 울타리 안에는 아내가 들어갈 여유가 없다”면서 “적극적인 성향을 가진 여성들은 여기서 생긴 불만을 어떤 식으로든 행동화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법률사무소 도현의 오규호변호사는 “이혼소송 중에 아내의 외도 때문인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 남편의 폭행이 외도를 초래했다”고 소개했다. 양다진씨는 “설문조사과정에서 남편이 바람을 피우거나 부부관계에 문제가 있을 경우 외도를 통해서라도 ‘만족’을 얻겠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주변에서 면죄부를 주는 경우도 있다. “네 남편이 외도를 했는데 너도 해도 되지 않느냐”라고 듣고 충동적으로 외도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아내들의 외도가 늘고 있지만 이를 방지할 뾰족한 대책이나 현실적인 방법은 없다. 부부간에 해결해야 하는 사적인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조경애위원은 “부부가 꾸준히 대화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며 “사회적으로 부부관계 개선 프로그램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세창교수는 “사회가 남편들을 일과 직장으로부터 가정으로 되돌려 줄 수 있다면 ‘아내들의 반란’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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