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활활 타 오르는 정사를 위하여 - 성기능 장애와 극복_by 성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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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들의 명강의] 성기능장애


최형기 영동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교수

우리나라 사람처럼 정력에 집착하는 민족이 또 있을까. 제 아무리 아닌 척 하는 딸깍발이 선비도 정력에 좋다면 돌아서서 양잿물을 마시는 게 우리네 정서다. 개고기, 녹용, 뱀, 자라에서부터 사슴피, 웅담, 해구신까지 가리지 않고 먹어대는 바람에 국제 사회의 비난을 사고 있다. 아무리 세계 모든 남정네의 공통 관심사라지만 좀 지나친 감이 없지않다.

그러나 정력을 그토록 소중하게 생각하면서도 정작 정력이 무엇인지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음경의 구조와 발기가 되는 원리를 이해하고 있을까. 의학적으로 어떤 경우에 정력이 떨어지며, 어떻게 해야 정력이 세지는지 이해하는 사람은 또 얼마나 될까. ‘아는 것이 힘이다’고 했는데 알아야 정력도 세진다. 모르면 수백만원을 들여 정력제를 사 먹어도 ‘그 놈’이 미동도 않는 황당한 경우를 겪게 된다.

먼저 음경의 구조와 발기가 되는 원리 등 ‘기본’부터 공부해 보자.정력은 한마디로 ‘피’다. 남성의 음경에는 스펀지나 수세미처럼 구멍이 숭숭 뚫린 말랑말랑한 해면체가 3개 있다. 성적인 자극을 받아 중추신경이 ‘발기명령’을 내리면 이 해면체가 부풀어 오르면서, 그곳에 평소의 7배나 되는 피가 쏠리게 된다. 이때 음경 정맥은 확장된 해면체에 눌리므로 해면체로 들어온 피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갇히게 된다. 흔히 정력이라 말하는, 딱딱하게 팽창한 것의 실체가 바로 피인 것이다.

따라서 피가 얼마나 많이 몰렸는가에 따라 발기의 강직도, 즉 딱딱한 정도가 결정된다. 성 행위가 끝나면 해면체를 가득 채웠던 피가 정맥을 통해 빠져 나가는데, 음경 정맥은 매우 가늘어 혈액이 천천히 빠져 나간다. 사정을 하고도 한참동안 딱딱한 발기상태가 유지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정력은 곧 혈액의 순환이라고 정의할 수 있으며, 평소의 7배나 되는 피가 순식간에 해면체로 몰려올 수 있을 만큼 혈관이 충분히 건강하고 탄력성이 있어야 돌처럼 딱딱한 발기상태가 유지된다.



그렇다면 정력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해답은 분명해 진다. 성분 미상의 한약재나 해구신, 웅담, 독사가 더 이상 정력이 아니다.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운동, 그 중에서도 달리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이야 말로 최고의 정력제다. 유산소 운동을 하면 심장이 강하게 펌프질하면서 혈액 순환이 빨라지고 혈관의 탄력성이 증가하게 된다. 또 온 몸에 ‘엔돌핀’이 돌면서 성욕도 꿈틀거리며 살아난다.

뿐만 아니라 달리기를 하면 ‘천연 비아그라’로 불리는 산화질소(NO·나이트릭 옥사이드)의 분비가 촉진된다. 필수 아미노산의 일종인 알기닌과 산소의 결합으로 생기는 산화질소는 해면체 주위의 근육을 이완시켜 해면체로 피를 끌어들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물질이다. 과학자들은 정력을 위해 현재 인공 산화질소의 개발에 매달려 있는데, 굳이 그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 달리기만 하면 몸 속에서 산화질소가 저절로 생성돼 가만 있어도 ‘비아그라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다만 마라톤처럼 너무 지나친 달리기는 사람에 따라 오히려 성욕과 성기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달리기도 제 체력과 능력에 맞게 하는 게 좋다.

그 밖에 수영, 골프, 체조, 등산 등도 정력 강화에 좋은 운동이다. 특히 발기의 강직도가 세지려면 회음부(음경과 항문사이) 근육을 단련시켜야 하는데, 수영이나 체조 등은 발기가 딱딱하게 되는 효과가 있다.

그렇다면 거꾸로 생각해 보자. 만약 음경 혈관이 탄력성을 잃고 딱딱해 진다면 어떻게 될까? 말할 것도 없이 피가 충분히 해면체 안으로 몰려들지 못해 발기의 강직도가 떨어지거나 아예 발기가 되지 않게 된다. 따라서 음경 혈관이 말랑말랑하고 신축성있게 유지하는 게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음경 혈관의 탄력을 잃게하는 주범(主犯)은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흡연 등 4가지다. 특히 당뇨환자의 65%가 10년 이내에 발기부전이 된다는 보고가 있을 만큼 당뇨는 발기와 직접적 관계가 있다. 전체 발기부전 환자의 40% 정도가 당뇨환자라는 보고도 있다. 당뇨가 있으면 우선 음경의 혈액공급에 지장을 초래하게 되며, 성 신경과 음경 해면체 조직도 손상돼 발기부전이 초래된다. 피 속의 당 성분이 가는 모세혈관을 막아버리기 때문이다.

고혈압이나 흡연은 혈관에 직접 상처를 입힌다. 담배 속의 유해물질은 혈관의 안쪽 면, 즉 혈관 내피(內皮) 세포에 상처를 입히게 되며, 높은 혈압도 혈관벽에 손상을 주게 된다. 이같은 상처가 아무는 과정에서 혈관이 딱딱해 지고, 이것이 동맥경화로 진행된다.

콜레스테롤은 이같은 동맥경화 현상을 더욱 악화시킨다. 녹슨 파이프 내부에 찌꺼기가 끼듯, 상처가 생긴 혈관 벽에 콜레스테롤 덩어리가 달라붙어 혈관이 자꾸 좁아지고 혈액순환에 장애를 일으키게 된다.

따라서 정력이 떨어졌다면 자신의 생활습관을 한번 되짚어보고, 건강을 원점에서부터 점검해 봐야 한다. 40대 이후 정력이 떨어지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거나,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자연적인 현상으로 이해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정력의 감퇴는 자연적인 노화과정이 아니다. 자기가 자기 몸을 이토록 무관심하고 애정없이 가꿔왔다는 ‘부끄러운 고백’이다. 매일 밤 술 마시고 과식하며, 줄담배를 피워대며, 게으름 부리며 운동 안한 결과가 바로 정력의 감퇴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정력의 감퇴는 장래에 닥칠 심각한 질환의 신호탄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음경의 혈관은 다른 혈관에 비해 무척 가늘고 예민해서 ‘작은 충격’에도 더 빨리 망가진다. 정력과 발기력이 떨어졌다면 몸 속의 더 크고 더 중요한 혈관, 예를 들어 뇌혈관이나 심장혈관도 병이 들기 시작했다는 경고다. 음경혈관에 문제가 생기면 발기력 감퇴에 그치지만, 심장혈관이나 뇌혈관에 문제가 생기면 그 끝은 심장마비나 뇌졸중이다. 발기력 감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은 남성의학자들이 발기력을 전신건강의 척도라고 부르는 이유를 명심할 필요가 있다.

강한 ‘남성’이 되고 싶다면 술에 대해서도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술에 대해선 참으로 너그러운 편이다. 그 때문인지 “적당히 술을 마시면 수치심이 사라지고, 성적 상상력이 일어나므로 오히려 성관계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가 정설(定說)처럼 떠돌고 있다.

물론 맞는 말일 수 있다. 문제는 ‘적당한 술’의 기준인데, 술이 해롭다는데도 굳이 해롭지 않다고 우기는 사람이라면, 99% 적당히 마시지 않고 폭음하는 사람이다. 맥주나 와인 한 두 잔이라면 문제 없지만 상습적으로 과음하면 고환의 크기가 줄어들고, 남성호르몬의 기능을 약화시킨다. 이 때문에 성기능이 약해질 뿐 아니라 성적 욕구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 밖에 술을 많이 마시면 말초신경 염증으로 성 신경이 손상돼 발기력이 감퇴한다.

주위를 둘러보면 성욕이 생기지 않아 부부관계를 거의 끊고 산다는 사람이 많은데, 성욕이 생기지 않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상습적인 과음이다. 성욕과 성기능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성욕이 없어 성 행위를 않으면 성기능이 떨어지고, 성기능이 떨어지면 그것 때문에 성욕이 더 없어진다. 따라서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 중 성욕이 예전만 하지 않다면 당장 술부터 줄여야 한다.

성욕과 성기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요인은 스트레스다. 스트레스 상황에 직면하면 우리 몸은 교감신경계에서 에피네프린 등 여러가지 신경전달물질을 방출해 스트레스에 대항한다. 이때 말초 혈관과 근육 등이 수축하므로 온 몸이 뻣뻣해지고 오그라드는 느낌이 든다. 남성의 음경 혈관과 근육도 예외가 아니다. 스트레스 상황이 일시적이라면 발기력 감퇴도 일시적이다. 그러나 스트레스가 해소되지 않고 지속된다면 음경 혈관과 근육도 영구적으로 탄력성을 잃게 돼 진짜 발기부전이 된다.

그렇다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스트레스가 없기를 기대할 수도 없는 일. 운동이나 취미, 긍정적 생각 등을 통해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는 것도 성 기능 유지를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유머있는 말이나 호탕한 웃음은 몸을 이완시켜 스트레스 때문에 ‘쪼그라진’ 음경에 다시 피를 돌게 해 당신의 ‘남성’을 일으켜 세운다. 충분한 수면도 스트레스의 해소에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한편 우리가 일상적으로 복용하는 감기약이나 위장약 등 모든 종류의 약들이 성 기능을 감퇴시킬 수 있다. 지난 1997년 세계 임포텐츠학회지는 성 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된 316가지 약품의 목록을 발표한 바 있다. 감기약, 소염진통제, 고혈압치료제, 위궤양치료제, 혈관확장제, 이뇨제, 스테로이드 제제, 항암제, 향정신성 약품, 신경안정제 등 우리가 흔히 복용하는 거의 모든 약품이 포함돼 있었다. 성기능 장애를` 호소하는 환자의 25% 정도가 이같은 약물 남용 때문이라는 보고도 있었다. 따라서 갑자기 성기능이 떨어진 경우엔 복용하고 있는 약부터 점검해 보는 게 좋다. 고혈압이나 당뇨 등 꼭 필요한 경우엔 물론 약을 복용해야 하지만, 약에 의존하는 인생이 되지 않게 미리미리 운동이나 식이요법 등 생활습관 교정으로 만성병을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 당연히 불필요한 약의 복용도 삼가야 한다.

드물지만 격렬한 성 행위로 음경 해면체가 손상된 경우에도 발기력이 감퇴되거나 발기부전이 생긴다. 격렬하게 성 행위를 하다보면 해면체를 둘러 싸고 있는 흰색 막 주위 미세한 혈관들이 터지고, 이 때 흘러나온 피의 특정 성분이 굳으면서 해면체 막을 딱딱하게 만들어 발기력을 떨어뜨린다. 이를 ‘페니로니씨병’이라 하는데, 초기 증상은 음경에 은은한 통증이 느껴지며, 심하면 음경이 뒤틀리게 된다.

누구나 한번쯤 그런 걱정을 해 봤겠지만 실제로 격렬한 성행위 때문에 음경이 부러질 수도 있다. 음경에는 뼈가 없으므로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해면체를 둘러싸고 있는 막이 파열되는 것인데, 이를 ‘음경 골절’이라 부른다. 막이 파열된다고 음경 밖으로 피가 나오지는 않지만 음경 안쪽에 피가 차 시커멓게 부풀어 오르게 된다. 이 때는 응급수술을 받아야 한다.

원인이 무엇이든 발기부전이 생겼다면 혼자서 끙끙대지 말고 곧바로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다행히 지금의 남성의학은 70대 80대 ‘남성’도 일으켜 세울 정도로 발달했다. 일차적으로 운동과 금연·절주 등의 생활습관 교정을 시도해야 겠지만 그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비아그라’ ‘시알리스’ ‘레비트라’ 등의 약물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과거엔 파파베린, 펜톨라민 등의 주사제를 성행위 직전 본인이 음경에 직접 주사해야 했는데, 비아그라 등의 등장으로 훨씬 간편하게 고개숙인 남성을 일으켜 세울 수 있게 됐다.

그래도 안된다면 최후의 수단으로 음경 해면체 속에 기구(보형물)를 삽입하는 수술을 받을 수 있다. 보형물은 굴곡형, 팽창형, 자가팽창형 등 여러가지가 있다. 가장 널리 사용되는 팽창형의 경우 펌프와 저장고, 실린더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실린더는 음경 해면체 속에, 펌프는 음낭속에, 저장고는 복부에 각각 수술로 삽입한다. 저장고에 담긴 액체(생리식염수)를 펌프로 실린더로 끌어들이면 실린더에 액체가 들어차 발기가 된다. 고환속에 있는 펌프를 통해 발기와 이완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지만, 기계적 고장을 일으키면 재수술해야 한다는 게 단점이다. 수술비는 1000만원 이상이 든다. 60대 70대 ‘할아버지’들이 주로 이런 수술을 받고 ‘활발한’ 성생활을 하고 있다.

한편 사정장애는 또 다른 차원의 성기능 장애다. 일반적으로 너무 빨리 사정하는 조루증, 너무 늦게 사정하는 지루증, 사정시 통증을 느끼는 등의 사정통 등이 사정장애에 포함되는데, 조루증이 가장 흔한 형태다.

조루증은 매우 주관적인 개념이며, 따라서 몇 분 만에 사정하는 게 조루증인지 정확하게 정의하긴 힘들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성 관계를 할 때 파트너가 만족할 정도로 충분한 시간을 유지하는 경우가 절반 이하일 때 조루증이라 규정한다. 이를 굳이 수치화한다면 음경이 질에 삽입된 뒤 2~5분만에 사정하거나, 음경을 질 내로 삽입한 뒤 왕복운동 15회 이내에 사정하는 등의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조루증은 정신적인 문제, 귀두부위의 과민성, 신경계통의 문제, 내분비 장애 등이 원인이다. 또 발기부전 전단계에서도 조루증이 나타날 수 있다. 성 행위에 대한 죄의식이나 불안감 같은 정신적인 문제 때문에 조루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는 상담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 통상 고도로 훈련받은 의사나 심리치료사가 시행하는데, 부부가 함께 받아야 효과가 크다. 귀두 부분가 너무 예민해 조루가 되는 경우엔 귀두 부분을 살짝 마취하는 국소 마취제를 이용할 수 있다. 흔히 ‘칙칙이’라 부르는 분무제가 국소 마취제며, 한때 유행했던 ‘SS크림’도 국소마취의 원리다. 이 약을 사용하면 사정시간을 10~30분 정도 연장할 수 있다. 또 경우에 따라 음경의 신경 중 몇가닥을 잘라서 귀두 부분이 덜 예민하게 하는 방법도 있다. 그 밖에 자율신경계의 문제로 조루가 발생한 경우엔 약물 치료를 한다.

혈기 팔팔한 10대와 20대엔 섹시한 여배우 사진이나 에로틱한 상상만으로도 아랫도리가 딱딱한 돌처럼 불큰불큰 치솟는다. 그러나 나이 사십이 돼서도 그런 ‘수퍼 파워’를 기대한다면 착각이다. 나이가 들면 조금씩 정력이 약해지기 마련이다. 직접적이지 않은 웬만한 성적 자극에는 반응이 무뎌지며, 중요한 순간에 발기가 잘 안돼 성 관계가 ‘미수’에 그치거나, 사정이 잘 안돼 힘만 쓰고 머쓱해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런 경험이 서너번 반복되다보면 “나도 이제 늙었구나”하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런 생각이야말로 ‘고개숙인 남성’을 고착화시킨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피로와 스트레스가 누적되다 보면 한두번 ‘전투’에서 질 수 있다. 또 젊었을 때의 힘만 떠올리고 무모하게 ‘공격’을 하는 경우에도 실패할 수 있다. 이때 “나는 안돼”하고 패배를 인정해선 안된다. 실패한 원인을 분석하고, 다음 번에 이길 수 있도록 준비와 작전을 짜야 한다.

과음이 문제였다면 당장 술을 끊어야 하고, 당뇨 고혈압 등 생활습관병이 문제였다면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당장 몸 만들기에 착수해야 한다. 한두번 졌다고 전투의지까지 상실한다면 영원히 패배하게 된다. 다른 분야에서처럼 실패를 거울삼아 다시 일어서는 ‘불굴의 투지’가 여기서도 필요하다.

많은 사람이 50대 혹은 60대가 되면 성 생활도 끝이라고 생각하지만, 성 생활에서 은퇴란 없다. 적당한 운동과 절제된 생활, 자기 관리를 하면 노후에도 얼마든지 성생활을 즐길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노인들의 성 문제를 너무 희극적으로 묘사하거나 터무시하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다.

성욕은 인간의 가장 솔직하고 본질적인 욕구며, 성 기능을 상실한 사람은 다른 병에 걸린 사람 못지 않게 고통받고 있다. 성 기능 상실을 비관해 자살하는 사람도 의외로 많다. 남들 앞에 말도 못하고 속으로만 가슴을 태운다 해서 성기능 장애 환자를 ‘소리없는 신음자(silent sufferer)’라고 부른다. 이런 사람들은 부끄러워 하지 말고 의사를 찾아가야 한다.사실 우리 정서는 50대 60대 점잖은 신사의 비뇨기과 방문을 사시(斜視)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당뇨나 고혈압이나 성기능 상실은 모두 그 뿌리가 같다. 노화와 잘못된 생활습관 때문에 생긴 같은 뿌리의 질병들이다. 따라서 당뇨나 고혈압 환자가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고, 백내장 환자가 인공수정체 삽입수술을 받는 것처럼 성기능에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병원에 가서 적절한 처방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남성의학은 ‘쾌락의학’이 아니라, 마음과 육체의 은밀한 병을 고쳐내는 의술이다.


<최형기 교수는>

최형기(영동세브란스·비뇨기과) 교수에게선 점잖은 대학교수가 입에 담기 민망한 단어만 쏟아진다. 섹스, 음경, 발기, 임포텐스, 조루, 오르가즘…. 1980년 미국 클리블랜드클리닉 연수 당시부터 입에 밴 단어들이라 본인은 낯빛 하나 변하지 않고 말하지만, 같이 있는 사람으로선 여간 신경쓰이는 게 아니다. 자꾸만 주위를 둘러보게 된다.그는 말을 하다보면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편이다. 한 옥타브 높은 목소리로 뱀이고 자라고 마구 잡아 먹지 말고 정말 정력이 세지고 건강한 성 생활을 하고 싶으면 성 공부부터 하라고 강조한다.

1944년 출생인 최 교수는 1970년 연세의대를 졸업했고, 1980~1981년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에서 성기능 장애를 연수했다. 발기부전이나 조루증 등은 병 취급도 못받았고, 입에 담기조차 꺼려했던 사회 분위기에서의 ‘과감한 도전’이었다.

귀국한 최 교수는 ‘섹스학’에만 매달렸고, 1983년 발기부전 환자의 음경에 기구(보형물)를 넣는 수술을 시작했다. 1주일 빨리 중앙대병원 비뇨기과 김세철 교수가 음경보형물 삽입수술을 시작함에 따라 ‘국내 최초’를 빼앗겼지만, 특유의 ‘승부욕’으로 밀어부쳐 이 분야 아시아 최다 수술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까지 700여건이 넘는다.

1985년 ‘신촌세브란스병원 성기능장애 클리닉’ 개설, 1995년 국내 최초 남성의학연구소 개소, 1998년 조루증 치료제 ‘SS크림’ 개발 등으로 국내 남성과학 발달에 기여해 왔다.요즘엔 동료 비뇨기과 의사 들과 함께 인터넷에 ‘성공(性功)과 건강’(www.ssclinic.com)이란 사이트를 개설하고, 온라인을 통한 성 정보의 제공과 상담에 주력하고 있다.

20여년간 성의학에만 매달려온 최 교수가 내리는 ‘정력 처방’은 아주 간단하다. 뛰라는 것이다. 달리기를 하면 혈관의 탄력성이 증가하면서 ‘천연 비아그라’인 산화질소가 생성된다는 것이다. 수영, 골프, 체조, 등산 등도 최 교수가 권하는 ‘정력 운동’들이다. 그 밖에 금연과 절주, 적당한 체중유지, 유머있는 생활, 신중한 약물복용도 최 교수는 권장하고 있다.

그 자신은 주3회 테니스와 조깅으로 ‘정력 관리’를 하고 있다. 테니스 실력은 ‘수준급’으로 수년전엔 전국 아마추어 테니스 대회서 우승하기도 했다. 주량은 맥주 한두잔, 때에 따라 두세잔이며, 바둑을 즐긴다.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바둑은 정력에 좋지 않으므로, 바둑을 즐기는 사람은 특히 달리기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게 최 교수의 권고다.


비아그라 vs 시알리스 vs 레비트라

비아그라가 독주하던 경구용(알약)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이 2003년 시알리스와 레비트라의 출시로 3파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시알리스는 일라이릴리사가 개발-판매하고 있으며, 레비트라는 바이엘사가 개발해 GSK(글락소스미스클라인)와 공동판매하고 있다.

세 치료제는 모두 PDE-5 억제제다. 음경 해면체에 피가 몰려 발기가 되려면, 해면체를 구성하는 근육(음경 평활근)이 느슨해 져야 하는데, 이를 가능케 하는 물질이 cGMP다. 그러나 cGMP는 적당한 시점, 예를 들어 성 행위가 끝난 뒤, 분해돼 없어져야 발기된 음경이 원 상태로 돌아가게 된다. 이 때 cGMP를 분해하는 물질이 바로 PDE-5 효소다. 만약 PDE-5 효소가 cGMP를 분해하지 못하게 막는다면, 해면체에서 피가 빠져나가지 못해 계속 발기상태가 유지된다. 세 치료제는 이같은 원리를 이용했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그러나 PDE-5를 억제하는 성분은 실데나필(비아그라), 타다나필(시알리스), 발데나필(레비트라)로 모두 다르다.

세 치료제는 효과와 부작용도 대체로 비슷하다. 각 사가 자사에 유리한 임상실험 결과를 보고하고 있지만 대체로 전체 발기부전 환자의 70~80%에게 효과가 있으며, 두통, 메스꺼움, 안면 화끈거림 등 부작용도 비슷하거나 차이가 있더라도 아주 근소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심장병약(니트로 글리세린 등)과 함께 복용할 경우 사망을 포함한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점도 동일하다.

그러나 약효의 발현시간(약효가 나타날 때까지 걸리는 시간)과 약효 지속시간은 조금씩 다르다. 약효 발현시간은 레비트라 20분~30분(빠르면 15분)으로 1시간 정도인 비아그라와 시알리스보다 빠르다. 약효 지속시간은 레비트라와 비아그라가 4시간 정도로 비슷하지만 시알리스는 24~36시간으로 두 약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길다. 이 때문에 시알리스는 발매 직후 ‘수퍼 비아그라’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릴리측은 약효가 오래가므로 시간에 ?기지 않고 느긋하게 성 관계를 할 수 있다고 자랑하고 있지만, 화이자나 바이엘측은 약효가 오래 간다는 것은 그만큼 체내에 약 성분이 오래 머물러 있다는 증거로, 그것이 오히려 문제라고 공격하고 있다.

세 치료제의 우열을 가리긴 무척 힘들며, 시장의 반응도 현재로선 무승부다. 시알리스와 레비트라가 발매되고 처음으로 열린 국제성학회에서 세 치료제의 효과를 비교분석한 연구 결과가 3건 발표됐다. 공교롭게도 3건의 연구 결과는 모두 달랐다. 한편은 비아그라가, 한편은 레비트라가, 한편은 시알리스가 가장 효과가 좋았다고 발표했다. “가장 좋은 게 뭐냐”고 대중은 묻고 있지만 결론은 “글세요”였던 것이다.비아그라와 레비트라와 시알리스의 시장 쟁탈전이 어떻게 진행될 지 두고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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