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욕정"_by 성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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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아마도 오동철의 소설 속에서 였던 것 같다.


소설 속에서 한 여자가 밤마다 진저리를 치고 있었다.


이유는 그녀의 남편 때문이다. 밤이면 밤마다 잠을 못이루게 하면서
칭얼대는 남편은 정말로 귀찮기만 한 존재였다.


지칠 줄 모르고 밤새 계속되는 남편의 행위는 마치 고문이나
다를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자야 할 밤 시간대에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면 다음날 일하는데에 막대한 지장을 준다.


만일 인간이 며칠 동안 연속으로 잠을 설친다면 인생에 있어서 커다란 비애를 맛볼 수 있다.


이를 이용하여 잠을 안 재우는 고문도 있을 정도다.



질려 버린 아내는 어느날 문득, "여보, 돈 줄테니 제발 나가서 좀 하고 와라!"
하고 뱉어 버렸다. 그때 그녀는 얼굴이 헬쓱해지면서 당황해하는 남편의 모습을 보았다.

어쩌면 차마 해서는 안 될 말을 한 것 같기도 해서 내심으로는 후회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그 동안 가슴 속 깊이 눌러 두고 있던 말을
후련하게 내뱉으므로써 답답했던 마음이 시원스럽게 뚫리는 것 같기도 했다.
만일 해야 할 말을 하지 못하고 끙끙대며 힘겹게 살다가 병이라도 나면 어쩔텐가.


날이면 날마다 지겹도록 요구해 대는 남편의 섹스에 대한 갈구.
어떤 이해 못할 여자들은 이런 남자를 만나지 못해 안달을 하는 수도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것은 아무 것도 잘 모르고 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지나쳐도 유분수지, 잠을 안 재우고 몇 시간씩이나 그 곳이 짓물러 터지도록 시달려야 한다면 설사 아무리 섹스에 굶주렸다손 치더라도 감당하기가 매우 어려워질 것이다.

아마 당해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해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젊은 시절에는 "나이가 좀 들면 덜하겠지" 하는 생각으로 마음 속으로 위로하며 살았었다. 하지만 남편은 나이가 들수록 나날이 정력이 더 쎄지는 것만 같았다. 어떨 땐 아예 섹스만을 위해서 태어나서 섹스를 밑천으로 살아가는 짐승처럼 보이기도 한다.


남편은 요즘들어 실업자 신세로 있다. 낮에 빈둥 거리니 밤이면 더욱 그 생각으로 간절한가 보다. 도데체 몇 번씩 질리도록 하고서도 지칠줄을 모른다. 그렇지만 낮에 고단한 생활로 시달리다가 노곤해진 몸으로 돌아 온 아내 생각도 좀 해야 되는 것 아닌가.


아내에게는 섹스를 통한 환희의 쾌락 보다는 우선 고단한 몸뚱아리 부터 눞힐 충분한 휴식시간이 필요하다. 아무리 섹스에 굶주렸다손 치더라도 물 먹은 솜처럼 지쳐 빠진 아내의 다리를 벌리고 오르가슴을 추구하려 든다는 것은 지나치지 않은가.

이렇게 해서 이를 부부 사이에선 밤의 앙금이 깊이 쌓여만 갔다.


"성욕을 감소시킬 수 있는 약이라도 있으면 좀 처방해 주세요"
아내의 처지는 이렇도록 진지하고 절박할 수 밖에 없는 상태였다.


"섹스는 중노동!"이라고 말하는 그녀에게선 지난 십수년 동안의


결혼생활에서 성생활이 차지하는 부분 만큼은 그다지 행복스럽지 못했던 것 같다.



이를 미루어, 성생활에 대한 만족의 척도는 횟수나 지속시간을 기준으로 산정할 성질은 아닌 것 같아 보인다. 만일 부부 모두가 매우 만족스럽다면 매일매일 성기가 문드러지도록 섹스를 한들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하지만 한 사람은 고통만을 느낄 뿐이라니 얼마나 안타까운가.


그동안 살아 오면서 아내의 생각이나 진심을 전혀 몰랐다는 어필은 어쩜 핑게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이는 아마 남편의 독선이나 이기심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많을 것이다. 아니라면 좀 더 진작에 사실대로 말한 후 원하지 않는 부부관계를 피했더라면 부부생활이 이처럼 비참한 말로를 겪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소설 속에서 그녀는 이 일을 친구인 정마담에게 상의했다.
그런데 여기서 웃기는 일이 벌어진다. 항상 그녀의 고민에 맞장구를 치며 위로하던 친구였지만 오늘은 왠지 매우 부러운 표정을 하면서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지를 않은가.


일찌기 남편을 사별한 후 어려운 경제여건을 타개하기 위하여 물장사로 투신했던 정마담 입장에서 볼 때엔 그런 일로 고민하는 친구가 무척 부럽기도 했을 것이다. 결국 서로 친구의 입장을 이해한 그녀들은 멋진 합의안을 도출한다.

그것은 적어도 그들 두 사람에겐 달리 마련할 길이 없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 되어졌다.


일단 과잉성욕증에 시달리는 남편은 우선 정마담이 접수한다.
그렇게 되면 아내는 더 이상 밤마다 시달리지 않고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동시 팻션으로 오랫동안 혼자 살던 정마담에겐 그동안의 쓸쓸하고 허전하기만 했던 밤을 화끈하게 리모델링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녀들은 남편을 불러내어 그와 같은 결정 따라줄 것을 종용하기에 이른다.
처음엔 무척 황당하게 생각하던 남편도 기분을 가라앉히고 현실을 수긍하게 되었다.

얼마나 답답했기에 아내가 그러한 제안을 했을 것인가. 돈까지 주어가며 밖에 가서

해결하라던 그녀가 아니었던가.

실업자 신세인 그로써는 지금 당장 섹스 외에는 그다지 낙이 없는 처지였다.
만일 자기가 정마담을 택하면 아내에게는 더없이 좋은 일이 된다.
새로운 아내가 될 정마담과는 다시 정을 들이면 그만일 것이다.
그 한 사람만 찌그러지면 두 여인이 모두 행복해질 수 있다.

 
더 이상 생각하고 자시고 할 이유가 없었다. 정마담은 답례로 친구에게 거액의 사업자금을 배팅했다. 남편은 가방 하나만 달랑 챙겨들고 집을 나섰다. 정마담이 미리 대문 밖에 차를 세워놓고 대기중이었다.
아내는 나와 보지 않았다. 조용한 인수 인계식이었다. 그리곤 끝이다.


정마담은 쇼핑 부터 가자고 제의한다. 그녀는 그의 몸에서 친구의 냄새가 배어있던 모든 것들을 치워버렸다. 그리고 그의 변신은 화려한 밤으로 부활되었다.


취직 보다는 적절한 사업이 제격이라는 새 아내의 진단에 따라 그는 오랜 백수생활로부터 벗어나 사업가가 되었다.


별로 돈 되는 사업은 아니었지만 여유로운 생활을 즐기기엔 충분한 수입이 보장되었다.



순식간에 무려 십 수년의 세월이 바삐 흘러 갔다.
옛 아내는 좋은 수완으로 순조롭게 사업을 펼쳐 마침내 상당한 돈을 벌었다.
사업으로 동분서주하던 시절을 마감하고 어느정도 삶에 여유가 생길 무렵 마음속 어데선지 바람구멍이라도 뚫린듯 허전한 느낌이 드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간간히 옛남편 생각이 났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잘 지내고 있을 것이지만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제 아이들도 다 커 가는데 든든한 아버지가 되어 돌아와 주었으면 하고 은근히 기대될 때도 있었다. 나이가 들어 가면서 차츰 심약해지는 심리는 어쩔 수 없나 보았다.


아내는 마침내 친구를 찾아가서 체면 불구하고 당당하게 남편을 돌려줄 것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친구인 정마담은 냉정하게 거절하는 것이다.


남편 스스로가 돌아가겠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자기 스스로 권할만한 명분도 권한도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녀는 옛 남편을 만나서 돌아와 줄 것을 간청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이제는 돌아갈 수 없노라고 잘라 말하는 남편에게서 예전의 꾀죄죄한 분위기를 찾아 볼 수는 없었다.


아마도 그에게 있어서 옛 아내 보다는 정마담과 같이 사는 생활이 훨씬 만족스러운 듯이 보였다. 속 궁합의 중요성을 말하고 싶었던 작가의 의도가 가미되었던가.


아무튼 오동철은 당시 사회의 어두운 면을 사실적으로 파헤쳤기에
김홍신의 인간시장, 한수산의 부초등과 더불어 당대를 풍미했던 작가였다.
그러나 위의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소설 속의 이야기일 뿐 사실여부는 작가만이 알 일이다.


현실 세계에서의 남편은 현재 본인의 성기능에도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고
치료에 성의를 보이고는 있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능장애는 부부가 함께 치료를 받아야 효과적인데


남편은 병원을 찾지 않는다. 자신의 그러한 성능력은 너무나 훌륭한 것이라

병원에 올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이와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남성에 따라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여성과의 섹스를 찾아 나서는 경우도 있다.


현재의 섹스파트너에 만족하지 못하거나 원조교제, 포르노, 변태 등


다양한 여러 형태의 색다른 느낌들을 두루 섭렵하기 위하여 애정행각을 벌이려는 것이다.



많은 섹스 중독자들은 열등감이나 정서불안, 우울증 등을 풀기 위해 섹스에 빠진다고 한다.
때문에 미국의 마틴 카프카 박사는 "섹스 중독"은 신경생리학적으로 뇌의 전달물질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뇌의 대사물질인 세로토닌과 성적 흥분은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이 물질의 대사이상은 섹스 중독을 초래한다고 주장한다.
실험실에서 쥐에게 뇌 속의 세로토닌양을 조절하는 물질을 주사하면 쥐들이 성적 흥분을 보였다는 것이다.


섹스 중독은 성적 충동을 참지 못하고 위험한 성행위를 끊임없이 추구하는데서 문제를 일으킨다. 그들은 온종일 성적인 환상에 젖어 있다가 반드시 성행위를 해야 불안감이 해소된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충분한 분별력과 개인적 의지에 따라 풍류처럼 섹스를 즐기려는 경향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

 
성에 대한 지나친 집착은 결국은 일상적인 결혼생활 또는 사회생활에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
즉 섹스때문에 일상적인 생활 자체가 위협받기에 이르는 것이다.

 

모든 점에서 다 그렇지만, 지나치다 싶을 때에는 스스로 자제할 수 있어야 하고 그렇지 못할 때에는 전문가의 도움이나 또는 치료의 필요성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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