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임, 하고 계세요?_by 성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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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임, 하고 계세요?





구구단 외우기 시험에서 8단을 외워보라는 담임선생님 말에 머릿속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되었던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수학과 관련된 모든 것에는 치를 떨던 내가, 대학 교양 과목 중 하나였던 경제학 수업을 겨우 겨우 C마이너스로 넘겼던 내가, 경제학자인 존 스튜어트 밀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순전히 ‘피임약’ 때문이다. <여성의 종속>이라는 저서까지 발간하며 여성의 권리를 대신 요구해주던, 주드 로보다 더 멋진 영국 남자 밀은 공장 앞에서 여성 노동자들에게 피임약을 나누어주며 여성의 몸에 대한 권리를 역설했다고 한다. 즉, 출산을 할지 말지 결정하는 것은 여성 본인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 인력을 생산하는 출산이라는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 건지 남자들이 깨달아야 한다는 것.
19세기도 아닌 21세기인 지금도 ‘출산’이라는 여성의 능력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생각해보라. 애를 낳는 고통을 겪는 것도 여자, 밤낮으로 빽빽 울어대는 아이를 돌보는 것도 여자, 밤새우는 애 때문에 잠 못 자고도 아침에 벌떡 일어나 회사로 달려가면서 시어머니 눈치 보는 것도 여자다. 하룻밤 오르가슴에 대한 대가치고 이건 좀 너무했다. 게다가 요즘 어느 남자가 “네 아이를 임신했어~” 했다고 좋아라 하며 결혼하나. “넌 네 몸 간수도 못하냐”며 촌스러운 여자 취급하는 녀석들이 부지기수다.
극단적인 예를 들지 않더라도 원치 않는 시기에 임신이 되는 건 참 피곤한 일이다. 결혼한 지 2년 된 친구 한 명은 이제 막 대리를 달고 회사에서 능력을 발휘하려던 차에 임신한 사실을 알고 자신의 계획을 수정해야만 했다. 남편과 함께 유학 간 친구들이 임신으로 자신의 공부를 뒷전으로 미루고 가사 노동에, 아이들과 남편 뒷바라지에 시달리다 가정주부로 남게 된 경우도 많다. 사회가 여자들의 출산을 이렇게 도와주지 않으니 남은 방법은 피임으로 스스로의 삶을 지켜나가는 수밖에. 아가들아, 미안하지만 엄마들의 마음이 편해야 너희들의 출산도 반길 수 있는 거란다.

금욕적인 당신, 자연 피임법이 가능하다
중학교 가정 시간 ‘임신’ 관련 수업을 열심히 들었다면 생리주기를 이용한 자연 피임법에 대해 잘 알 것이다. 스스로의 배란일을 잘 알아두면 되는데 예측할 수 있는 다음 생리일의 14일 전이 일반적인 배란일이다. 자신의 생리주기가 규칙적인 사람에게는 이러한 자연주기를 이용하는 피임법이 가능하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많은 요즘 여성들 가운데 생리주기가 규칙적인 이들이 많지 않으니 마냥 스스로의 몸을 과신하다가는 원치 않는 임신을 할 가능성이 높다. 평소에 규칙적이던 생리주기도 그때그때의 몸 상태에 따라 간혹 불규칙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니까. 그러니까 교과서에서 ‘현재 생리 시작일’이 아닌 ‘다음 생리 시작일 14일 전’이라고 말하는 건, 당신의 지금 현재의 섹스를 보장하지 못하겠다는 말이다. 게다가 사람이라는 게 본래 욕망에 약한 동물 아닌가. 오늘 그와 한잔하다 보니 그가 갑자기 멋있어 보일지도 모를 일이다. 로봇도 아닌데 다음 생리 전 4주부터 2주까지는 성욕이 왕성하도록 프로그램해놓고, 생리 전 2주 즈음에는 성욕을 떨어뜨릴 수 있는 장치를 만들 수 있겠나? 은근한 눈빛을 보내며 잠자리를 조르는 남편이나 남자친구를 매달 그 즈음에 포기시키는 것도 큰 스트레스다. 자연 피임법이 100% 가능한 사람은 매우 금욕적인 동시에 언제나 생리주기가 완벽한 사람뿐이다.

풍선을 준비하는 게 가장 편한 방법
그래도 요즘 남자들은 예전 남자들에 비해 매우 소심해져서 콘돔을 꼼꼼히 준비하는 편이다. 요즘 올인하고 있는 드라마 <굿바이 솔로>만 봐도 마초적인 조폭 양아치 이재룡조차 편의점에서 콘돔의 중요성을 젊은 아가씨들에게 주지시킨다. “콘돔 주세요, 콘돔. 아가씨들, 웃지 마. 이게 얼마나 중요한 건지 알아?” 자정이 넘은 시간 갑자기 콘돔이 필요하다고 당황할 필요도 없다. 24시간 동안 훤히 불을 켜놓은 편의점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게 바로 이 물건이니까. 물론 아주 간혹 불량 콘돔이 있다거나, 콘돔이 찢어지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현재 가장 편하고 안전한 방법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콘돔의 이물감이 싫다거나 질외사정을 하면 된다며 당신에게 징징대는 남자들이라면 지금이라도 성교육을 다시 시키거나 그도 안 되면 더욱 성숙한 남자들을 만나는 게 당신에게 이롭다. 물론 남성이 아닌 여성의 몸에 콘돔처럼 착용하는 기구도 있다. 경부에 살짝 덮는 고무막인데 콘돔의 실패율이 15% 정도인 데 반해 이 제품의 실패율은 2~20%라고 하니 잘만 사용하면 훨씬안전할 듯.

피임약, 걱정하지 말 것
외국 드라마 시리즈에는 흔히 나오지만, 한국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여성용품 두 가지가 있는데 삽입형 생리대와 피임약이 그것이다. 미국의 어떤 부모는 중·고등학생인 딸의 책가방 안에 피임약을 챙겨주기까지 한다. 이미 섹스가 ‘종족의 번식’이라기보다 ‘성적 즐거움’으로 자리잡은 까닭이다. 주기적으로 성생활을 즐기는 여성이라면 즐기는 것만큼이나 스스로의 몸을 지키기 위해서 비타민처럼 꼭 챙겨야 할 약품이다. 피임약의 사용은 실패율에 있어 다른 어떤 방법보다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임약은 여성의 임신을 관장하는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을 함유한 약으로 여성의 배란과 생리를 조절한다. 피임약은 약품별로 먹는 시기가 각기 다르므로 주의해야 한다. 제약 회사에서 제공하는 주의사항을 꼼꼼히 읽고 먹어야 한다. 하루나 이틀 정도 먹는 것을 놓쳤다가 임신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으니 감기약 먹듯 꼬박꼬박 먹어줄 것.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과는 달리 피임약을 먹다가 임신을 하게 되더라도 태아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고, 차후 임신을 원할 때 불임이 되는 경우도 거의 없다. 단, 고혈압, 당뇨, 간염, 정맥혈전증을 앓고 있는 사람이라면 1년 이상 피임약을 복용할 경우 불임률이 3% 정도 될 수 있으니 피하는 것이 좋겠다.

그 외 다른 피임 방법들
이미 출산을 하고 앞으로 임신을 원치 않을 때는 정관 수술이나 난관 결찰 수술 등 외과적인 수술을 권할 수도 있지만 차후 재수술을 받고 다시 임신을 하려고 할 때 많은 어려움이 생길 수도 있으므로 아직 임신 경험이 없다면 피하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성질 급한 커플들이 자주 봉착하게 되는 문제가 있으니, 일단 저지르고 후회하는 경우들이다. 욕구가 머리끝까지 올라왔을 때에는 이 감정이 이성적인 모든 장치를 제어하기도 하니 굳이 탓하고 싶지도 않다. 한참 절정에 오르고 있는 순간 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으며 “너 빨리 편의점 가서 콘돔 사 와” 할 용기가 없었을 수도 있고, 배란일이 아니라고 믿고 있는데 일을 치르고 나서야 불안해질 수도 있으니까. 물론,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더라도 콘돔부터 준비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배웠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진 상태라면 일단 응급 피임약을 먹는 방법이 있다. 최대한 빨리 산부인과 상담을 받고 약을 처방받거나 출산을 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면 간단한 시술로 자궁 내에 루프를 사용, 수정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억울하긴 하지만 임신을 하는 것도, 피임을 하는 것도 다 여성인 자신이 스스로 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보면 또한 아기를 낳을까 말까를 결정하는 것도 남성들이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는 우리들만의 고유한 권리다. 조금 불편하기는 하지만, 피임하는 방법을 통해 스스로의 권리를 다시 한 번 상기해볼 수 있으니 이 역시 견딜 만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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