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성인이되는 모게이들에게 바치는 썰만화 ㅠㅠ
혹시나 수능에서 원하던 점수를 얻지 못했더라도
너무 걱정하거나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20대 초반의 나이에 실망하고 절망하기엔 아직 이르다.
인생은 정말 드라마 같으니까.
난 처음 수능을 보았을 때 정말 많이 떨었다.
얼마나 떨었는지 시험장 교문 앞에서 나눠준
종이컵 들어있는 녹차를 한 모금도 마시지 못했어.
손을 너무 떨어서 종이컵 밖으로 다 쏟아졌거든.
그리고 결국 재수를 하게 되었지.
그때의 절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
초중고 12년 동안 노력한 것들이 단 하루의 시험으로 인해
아무 것도 아닌게 되었으니까.
식음을 전폐하고 정말 살고 싶지 않을 정도야.
그런데 조금 더 살아보니
사실 수능에서의 실패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더라.
수능은 이제 막 사회에 나가려는 게이들에게
첫 관문일 뿐이야.
살다보면 계속해서 훨씬 더 많은 목표를 세우게 되고
또 그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달려가야만 할 일들이 많아.
그리고 그 길 끝에서 성공하는 경우보다
실패해서 추락하는 경우가 더 많을거야.
다시 또 털고 일어나 달려간다 해도
다시 추락.
글 초반에 20대 초반의 나이엔 실망하고 절망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했잖아.
살다보면 그보다 절망하고 실망할 일들이 훨씬 많거든.
수능에서 실패는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말야.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지만
사실 그렇지만도 않은거 같아.
실패를 통해 무언가를 느끼고 깨닫고
다음 번의 도전에서 큰 힘이 되는 것보다
그냥 대부분의 감정은 99% 좌절이야.
그나마 다행인게 실패를 통해 아주 작은 경험 하나쯤은
축적되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어느 순간 그렇게 얻은 그 작은 경험들이 모여
나를 어느 한 방향으로 이끌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사실
그 길을 가는 동안에도 잘 몰라.
확신이 없어 끊임없이 의심하게 되고 고민하고
때로는 정말 막 살고 있는거 같은데
어느 순간 보면 그러한 경험들이 이끄는
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지.
그리고 그 길의 끝에서야 비로소
아...그동안의 실패들이 내가 이 길을 가기 위해
축적된 것들이구나! 하고 깨닫게 돼.
그리고 인생의 그 순간은 정말 드라마 같이 찾아온다.
사촌 형 중에 M이라는 형이 있어.
예전에 썰 풀었던 사촌누나 J의 친동생이야.
이 형이
원래 연기자를 꿈꿨었거든.
그래서 학교도 연영과를 나왔고.
그런데 뭐 배우 되기가 쉽나..
그래서 꿈을 접고 플라스틱 성형 공장에 들어갔어.
중소기업도 아니고 그냥 공단에 있는
직원 수 열 명이 채 안되는 영세한 기업이야.
거기서 플라스틱 사출일을 하는데
하다보니 그냥 이게 내 운명이겠거니 해서
사출 관련 자격증을 미친듯이 따기도 하고
관련해서 직업전문학교에 다시 들어가고 그랬어.
그렇게 10년 넘게 그 공장에서 일했는데
원래 그런 작은 공장들은 일손이 딸릴 때
직원을 새로 뽑기 보다는 외노자들을 업체를 통해 부른다네?
그런 외노자 전문 인력업체 사장 중에
젊은 조선족 여사장이 있었는데 그 여사장이랑 눈이 맞음.
(지금은 헤어짐ㅋ)
그렇게 만나면서
외노자들 수급하는 법부터 관리하는 법을 어깨넘어로
하나하나 배우더니
친구랑 관련 업체 하나 차려서
이사님 소리 듣고 다닌다.
형은 알았을까.
연기자를 꿈꾸다가 실패했을 때,
영세업체에 들어가 10년 넘게 사출일을 할 때에,
후에 자신이 연기랑도 상관없고 사출일과도 상관없는
외노자 인력업체를 차려서 이사님 소리 들으며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차를 타게 될 지 알았을까.
정말 그런 순간은 드라마처럼 다가온다니까.
친구 중에 S라는 친구가 있음.
고등학교 때부터 집 안에서 리니지만 하던 친구였다.
집 밖에도 잘 안 나오고 매일 게임만 하던 친구였음.
그렇게 게임만 하던 친구에게
어느 날 게임 상에서 알게 된 사람 하나가
자기랑 중국에 가서 일을 하자고 하더랜다.
겁나서 친구를 말렸지만,
친구는 어차피 이래 사나 저래 사나 좆같은 건 마찬가지라며
그 사람을 따라 중국 청도로 갔다.
청도(칭따오)란 지역명을 듣고 예상했겠지만,
그 사람이 같이 하자던 일은 불법 사설 토토 운영이었다.
그렇게 6개월쯤 했나?
몇 개월 하다가 몸도 많이 상하고
(친구는 비흡연자인데 사무실에 자욱한
비범한 담배썰 ㅋㅎㅋ 연기를 정말 견디기 힘들었다더라)
스트레스도 많이 받아서 그만 둔다 얘기하고 나왔는데
청도에서 몇 개월 있다보니
그 동네가 참 특이하더래.
사설 토토 사무실도 많고 거기에 또 고급빌라 촌 같은게
많아서 한인들이 많이 모여 사는데
슈퍼부터 만화방까지, 한국 관련 상품들은
중국 현지는 말할 것도 없고 한국에 비해서도
상당히 비싸게 거래된다는 거야.
그래서 때려치고 한국에 들어왔다가
청도에서 알게 된 형님들(?)ㅋ의 도움으로
청도에서 장사부터 시작해서 사업까지 해보겠다고
다시 중국으로 갔다.
허구헌날 방구석에서 게임만 하던 친구가,
그 게임으로 알게된 사람으로 인해
타국까지 가서 불법적인 일을 하다가 손 털고
덕분에 안목을 넓혀 합법적인 자기 사업을 꿈꾸게 될 지
예상이나 했을까
매일 같은 곳에서 같은 일을 하면서 똑같은 반복적인
삶을 살고 있는거 같아도
인생의 드라마 같은 순간은 반드시 찾아오더라.
수능을 망치고 현역 입학에는 실패했지만
결국 원하던 학교, 원하던 학과에 입학하게 되었다.
당시엔 성공했다 생각했지만
전공은 살리지 못했기에 결국은 실패지ㅋㅋ
그러다 군대를 갔는데
또 하필 전경으로 끌려가게 됐다.
(전경은 의경과 다르게 지원이 아닌 논산에서
뺑뺑이로 뽑아감.)
당시에 전경으로 발령받고 너무너무 싫었는데
전경으로 지내면서 경찰 실무를 어깨넘어로 보고 하니까
그건 또 그거 나름으로 경험이 되더라.
교통 사고로 몸을 다치고 쉬는 동안
아무 것도 안 하고 빈둥거리면서 하루종일 만 봤다.
당시엔 정말 하루종일 만 하는게
실패한 인생, 시간 버리는 일처럼 보였는데
의 글들을 통해서
쓸데없는 잡지식이 상당히 늘어나게 됐다ㅋㅋㅋㅋ
거기서도 또 잡지식과 작은 경험 하나가 늘어나게 된거아.
딱히 할 수 있는게 없는거 같아
공무원 시험도 본 적이 있는데,
당연히 시험에는 떨어졌지만 그 공부를 하면서
행정학이라는 학문의 매력에 눈을 뜨게 되고
진지하게 행정학 공부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시간만 버리고
실패한 인생이 생각하면서 경험했던 이런 일들이ㅋ
정말 서로 아무 상관없어 보이는 그런 경험들이 모여서
나도 모르게 나를 어느 한 방향으로 인도하고 있었고
그 길의 끝에 와서야 비로소
드라마처럼 그 길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끝은 백수다.
ㄹㅇㅍㅌ
인생은 드라마 같다.
그 드라마가 해피엔딩이라고는 안 했다.
친구와 사업체를 차렸던 사촌형은
믿었던 친구에게 통수 맞고
백수가 되었고
부푼 꿈을 안고
타국으로 떠났던 친구는
가서 보니
알던 형님들이 전부 다 구속 되어서 아는 사람이 없더랜다.
(중국 토토 사무실들은 국내와 중국에 각각 사무실들을
차려놓고 운영하는데ㅋ 국내에 있던 사무실들이 털리면서
싹 다 구속ㅋ)
청도가서 체류비로 돈만 쓰고 옴ㅋ
그래서 그 친구도 지금 백수다.
수능 잘 봐서 원하던 대학만 가면
니들 인생은 해피엔딩일거 같지??
여지껏 살아오면서 니들이 뱉은 '씨발'이라는 단어를
제곱배쯤은 더 뱉어내게 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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